전함 미주리호에서 벌어진 일, 언더 시즈 다시 보기
스티븐 시걸이라고 하면 보통 좁은 골목에서 관절 꺾는 액션이 먼저 떠오르는데, 이 영화는 좀 결이 달라요. 배 한 척을 통째로 무대로 쓰거든요. 그것도 실제로 있던 전함 미주리호를 배경으로요.
저도 처음엔 그냥 시걸 영화 중 하나겠거니 했는데, 찾아보니까 이게 시걸 필모에서 흥행으로도 완성도로도 제일 잘 나온 작품으로 꼽히는 편이더라고요. 90년대 초에 나온 액션인데 지금 봐도 은근히 볼 만해요.
기본 정보부터 짚고 갈게요
개봉: 1992년 (미국)
감독: 앤드루 데이비스
각본: J. F. 로턴
출연: 스티븐 시걸, 토미 리 존스, 게리 부시, 에리카 엘라니악
장르: 액션, 스릴러
특징: 폐쇄된 전함을 무대로 한 다이 하드식 구성, 시걸 최대 흥행작
흥행 성적도 꽤 좋았어요. 미국에서 8천만 달러 넘게, 전 세계로는 1억 5천만 달러 넘게 벌었다고 하더라고요. 시걸 영화 중에선 이게 제일 큰 숫자예요.
감독이 누구냐면
앤드루 데이비스인데, 나중에 해리슨 포드 나오는 도망자를 만든 사람이에요. 그래서 그런지 액션인데도 긴장감을 쌓는 방식이 꽤 깔끔해요. 그냥 때려부수는 게 아니라 갇힌 공간에서 조여오는 맛이 있거든요.
줄거리는 이래요
시걸이 맡은 케이시 라이백은 전함에서 요리사로 일해요. 근데 알고 보면 전직 네이비 씰 대원이에요. 배가 퇴역을 앞둔 상황에서, 전직 CIA 요원이 이끄는 용병 무리가 함선을 장악해버려요. 목적은 핵탄두 탈취고요.
승무원 대부분이 제압당한 와중에 라이백만 살아남거든요. 여기서부터 혼자 배 안을 돌아다니면서 용병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요. 중간에 파티걸로 배에 타 있던 질리가 얽혀서 같이 움직이게 되는데, 이 조합도 나름 재밌어요.
왜 다이 하드랑 자꾸 비교되냐면
구조를 보면 딱 다이 하드예요. 건물 대신 배로 바뀌었을 뿐이지, 한정된 공간에 갇힌 주인공 하나가 다수의 적을 상대한다는 뼈대가 똑같거든요. 근데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. 오히려 전함이라는 공간을 진짜 잘 써먹어요.
좁은 통로, 기관실, 갑판을 옮겨 다니면서 매번 다른 그림이 나오거든요. 시걸 특유의 관절기랑 근접 격투도 이 좁은 공간이랑 잘 맞아요. 넓은 데서 화려하게 노는 스타일이 아니라, 딱 붙어서 순식간에 제압하는 방식이니까요.
악역이 진짜 이 영화의 핵심이에요
개인적으로 이 영화 다시 본 이유가 악역 때문이에요. 토미 리 존스가 맡은 리더는 뭔가 정신이 살짝 나간 것 같은데 능력은 확실한, 그런 캐릭터예요. 대사 하나하나에 여유랑 광기가 같이 묻어나거든요.
게리 부시도 만만치 않아요. 이 둘이 화면에 같이 있을 때 텐션이 확 올라가요. 사실 주인공보다 악역이 더 기억에 남는 액션 영화도 드문데, 이건 그런 케이스인 것 같아요.
아쉬운 부분도 있긴 해요
이야기 자체는 전형적이에요. 인질 상황, 홀로 남은 영웅, 시간 싸움.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요. 시걸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위기감이 좀 덜한 것도 있고요. 얻어맞아도 별로 위태로워 보이질 않거든요. 그래도 이런 건 90년대 액션의 기본값 같은 거라, 크게 흠이라고 보긴 어려워요.
짧게 추리면
전함이라는 무대를 알차게 쓴 다이 하드식 액션이라는 게 첫째, 토미 리 존스와 게리 부시의 악역 연기가 영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둘째, 시걸 필모 중에서 흥행과 완성도 둘 다 잡은 대표작이라는 게 셋째예요.
그래서 시걸 영화를 처음 접해볼까 싶은 사람한테는 이걸 첫 작품으로 권하고 싶어요. 시걸 특유의 매력이 뭔지 제일 무난하게 보여주는 영화거든요. 반대로 서사에 깊이를 크게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눈높이를 좀 낮추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. 이건 어디까지나 잘 만든 오락 액션이니까요.